거듭해도 생각하지 못한 상황은 나타난다
거듭해도 생각하지 못한 상황은 나타난다
  • 김준아 기자
  • 승인 2021.01.15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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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 세계여행] 파리 출국기
그 당시 발을 동동 구르던 내가 지금의 나에게는 추억으로 다가온다. 이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그 당시 발을 동동 구르던 내가 지금의 나에게는 추억으로 다가온다. 이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기, 주나>는 여행 일기 혹은 여행 기억을 나누고 싶은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의 세계 여행기이다. 여기(여행지)에 있는 주나(Juna)의 세계 여행 그 스물네 번째 이야기.

 

2018년 12월 26일 오후 6시 20분.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탔다. 미국 보스턴에 도착하니 2018년 12월 26일 오후 7시 50분. 분명히 7시간 30분을 비행기에 있었는데 말이다. 출발할 때 기장님이 “굿이브닝”이라고 안내 멘트를 시작했는데 도착할 때도 기장님이 “굿이브닝”이라고 말하며 안내 멘트를 시작했다. 갑자기 어릴 때 꿈꾸던 시간 여행자가 된 기분이었다. 하늘에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느끼지 못하겠다. 비행기 안에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잠도 잤는데 시간상으로 1시간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시차는 굉장히 과학적이지만 로맨틱하기도 하다. 마치 판타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들어 주니까 말이다.

아! 그런데 하마터면 이 멋진 판타지 영화를 찍지 못 할 뻔했다. 세계여행을 하기 전에는 면세점 쇼핑은 필요 없다며 항상 공항에 1시간 30분 전에 도착 했었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다보니 워낙 다양한 공항 변수를 겪어 이제는 무조건 2~3시간 전에 도착한다.

 

여행 100일을 맞이 한 나는 나에게 꽃을 선물하기로 했다. 꽃 구경을 한참하고 결국 구매하지 않은 채 그 돈으로 기부를 했다. 마음에 꽃이 피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파리 시내에서 가장 높은 몽마르뜨 언덕에 있는 샤크레쾨르 성당.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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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난 여행 이야기를 돌려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가장 큰 생각은 "참 잘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홍콩에서 호주 퍼스에 갈 때는 비자가 없어서 비행기 발권을 못 하며 비행기 티켓을 날리며 여행 일정까지 변경 했고(이 사건은 세계여행 시작 3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베트남 호치민을 갈 때는 티켓 내역을 저장해 놓은 메일을 찾지 못해서 같은 일정의 티켓을 두 번이나 결제를 했고(가장 저렴한 티켓을 예약해서 환불도 받지 못 했다), 두바이에서 체코 프라하로 넘어 갈 때는 “이제 유럽으로 가니 돈을 아껴 써야지!” 결심 하자마자 공항을 잘못 찾아가서 택시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체크인 마감 직전에 도착을 했었다.

와… 지나고 생각해보니 정말 어떻게 무사히 여행을 했는지 모르겠다. 여행을 하며 겪을 수 있는 웬만한 상황을 다 겪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대부분이 실수와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었지만 말이다. 이제 나름 여행도 100일 차가 되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엄청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하… 다시 생각해도 정말 왜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었는지, 앞으로 얼마나 완벽한 여행을 하게 되려고 이러는지 참….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파리는 마네킹조차 스웩이 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미국 여행을 하려면 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여행비자로 들어가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무조건 미국을 나오는 비행편 예약 내역을 있어야 들어가는 티켓 발권이 가능하다. 불법 체류를 막기 위한 수단 중 하나. 이미 미국 여행비자를 인터넷에서 신청한 상태였고, 미국에서는 버스를 타고 캐나다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미국 비자 발급 내역, 캐나다행 버스 티켓, 그리고 공항을 3번이나 확인하며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했다. 당당하게 여권을 내밀었더니 미국에서 나오는 티켓을 보여 달라고 했다. “나는 미국에서 캐나다를 갈 거야!”하며 미국에서 캐나다 가는 티켓을 보여줬다. 그랬더니 그럼 캐나다에서 나오는 티켓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래서 또 당당하게 말했다. “아! 나는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가 있어. 1년 동안 자유롭게 있을 수 있어서 아직 나오는 티켓 발권은 못 했어.”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내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시간은.

난 미국에서만 90일 이상 체류를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미국에서 캐나다로 넘어가는 티켓을 미리 끊어 놓은 거다. 그런데 캐나다까지 포함해 북미 자체에서 90일 이상 체류를 하면 안 된단다. 하지만 나에게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있어서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처럼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종이를 보여주면 문제없이 발권이 될 줄 알았다. 캐나다 비자를 발급받은 거라고 생각을 했고, 그 종이가 비자 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파리 공항 직원들에게 그 종이는 말 그대로 그냥 종이였다. 물론 정확하게 따지면 종이에 쓰여 있는 내용은 비자 발급 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에 도착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1년짜리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그 종이만으로도 내가 체류를 하다가 들어올 수 있다는 걸 인정해줘서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파리였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그 종이만으로는 티켓을 발급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계속해서 호소했다. 이건 캐나다 정부에서 일단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을 한 거라고. 통하지 않았다. 쫓겨나도 내가 캐나다에 가서 쫓겨나겠다고 했다. 역시 통하지 않았다. 방법은 어디로 가든 상관이 없으니 아메리카에서 나오는 티켓만 있으면 된단다. “미국에서 캐나다 가잖아!”라고 말하니, 캐나다도 북아메리카라고 했다.

 시차는 굉장히 과학적이지만 로맨틱하기도 하다. 마치 판타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들어 주니까 말이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우리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에서 꿈을 이룬다는 말 아닌가?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우리에게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에서 꿈을 이룬다는 말 아닌가? 그럼 아메리카는 미국이지! 하… 나도 알긴 안다. 아메리카 대륙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로 나뉘고 북아메리카에는 미국과 캐나다 외에 많은 나라가 있다는 걸. 그래도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건 아시아 여행을 할 때 관광비자 체류 기간이 정해져 있는 나라는 그냥 그 나라 자체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메리카는 달랐다. 그런데 또 남미로 가는 건 상관이 없다고 했다. 만약에 캐나다에서 남미에 있는 나라로 넘어가면 남미에서 나오는 티켓은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어째든 무조건 북아메리카에서는 나와야 된단다. 더 이상 사정을 할 수 없었던 건 나에게 발권해 주는 사람은 그냥 항공사 직원일 뿐이었고, 사정 할 시간에 어서 난 티켓을 발급받아 탑승을 해야 했다. 결국 그 자리에서 캐나다에서 나오는, 사용하지 않을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은 무비자로 일정 기간 동안 여행이 가능하지만, 쉥겐협약이라고 해서 장기간 유럽 여행을 할 때 필수적으로 체크를 해야 하는 조약이 있다. 유럽 지역 26개 국가들이 여행과 통행의 편의를 위해 체결한 협약으로, 가입국을 여행 할 때는 마치 국경이 없는 한 국가를 여행하는 것처럼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다. 최종 출국일 기준으로 180일 이내 90일간 쉥겐협약 가입국 여행이 가능한 거다. 그런데 180일 이내 쉥겐국 여행 일수가 90일이 넘으면 쉥겐협정 위반으로 향후 불이익이나 벌금을 물을 수도 있다. 쉥겐 조약에 가입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잘 파악해서 여행을 해야 한다. 이렇게 유럽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를 했고, 미국 비자도 발급 받았고, 캐나다 비자도 챙긴 상태였는데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려고 한 공항에서 또 에피소드가 생긴 것이다. 순간 결심했다. 비행기를 타지 말자! 너무 지쳤다. 미국은 대부분 육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게 얼마나 더 지치는 일인지, 미국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 잠시 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이 7시간 30분이 되는 로맨틱한 시간 여행을 하며 미국 보스턴에 도착했다. 이제는 그냥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감사한 지경이었다. 앞으로도 무조건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할 계획이다. 거듭 할수록 나아질 줄 알았는데 거듭 할수록 생각지 못한 상황이 생긴다.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했던 이유는 모든 선택을 스스로 해야 하고, 그 선택의 결과 또한 스스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 다행이다. 이런 바보 같은 상황들을 혼자 맞이해서 말이다.

그래도 피식 웃음이 나는 걸 보면 그 와중에도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겼다고 일기를 썼기 때문이다. 그 당시 발을 동동 구르던 때가 지금은 추억으로 다가온다. 이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여행 중에 일어나는 일은 결국 모두 지나간 하나의 에피소드가 된다. 그 당시의 내가 들으면 화를 내겠지만 말이다. 여행을 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 나의 지난 여행 이야기를 돌려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가장 큰 생각은 “참 잘했다.” 이것저것 생각을 하며 여행의 시작을 망설였다면 지금 얼마나 후회를 하고 있을까? 나중이라는 건 없다. 오늘도 오늘을 살기로 결심하며,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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