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부터 실행까지 온통 문제투성이…노동이 더 끔찍해지고 있다
발상부터 실행까지 온통 문제투성이…노동이 더 끔찍해지고 있다
  •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
  • 승인 2015.07.0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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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

 

 

괴물들과 잔혹동화 콩쥐팥쥐

착취의 이빨을 드러낸 괴물들이 노동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이 괴물들은 정규직을 잡아먹고 비정규직을 배설한다. 괴물들을 노동시장에 풀어놓는 짓을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고 하고, 노동자들은 ‘노동시장 구조개악’이라며 공포와 분노에 휩싸였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다만 사람보다 이윤이 먼저인 자본의 눈으로 보자면 ‘더 쉬운 해고, 임금 삭감, 더 많은 비정규직 양산’ 정책은 탐나는 ‘개혁’이고, 노동자에겐 당연히 끔찍한 ‘개악’이다. 괴물들의 끔찍한 괴성을 들어보자.
 

“나이 50 먹고도 일하고 싶으면 임금 깎자!”(임금피크제)

“닥치고, 시키는 대로 일해! 싫으면 나가!”(성과평가 해고제, 일반해고)

“합의? 토달지마! 내가 법이야”(노조 동의 없는 취업규칙 개악)

“정규직 전환? 됐고, 짤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진 줄 알아”(비정규직기간 제한 연장)

“그 나이 먹고 뭘 바래. 다 비정규직이야!”(고령자 파견고용 전면 허용)

“노사자율은 무슨 개뼉다구, 시키는 대로 단체협약 바꿔!” (단체협약 강제 시정)
 

이러한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자본의 작태는 잔혹한 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박근혜 정부와 경총, 이들 팥쥐 모녀는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라거나 걸핏하면 거리로 내쫓는(명퇴, 정리해고) 등 콩쥐를 들들볶으며 늘 괴롭힌다. 이런 괴롭힘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요즘. 팥쥐 모녀는 집안에 손님을 들이려면(청년고용의 방문은 기약도 없다) 돈이 필요하다며, 일이 과중한 콩쥐에게 아침은 조금 먹고(낮은 초임, 초임 삭감), 점심은 몰라도 일을 적게 하는 저녁에도 조금만 먹으라며(임금피크제) 세끼 밥조차 줄이라고 한다. 참다못한 콩쥐가 억울하다며 동네방네 하소연하니, 계모는 자신과 밀월관계인 훈장들(언론)을 앞세워 저잣거리에서 팥쥐 모녀를 편들게 하고, 자신들의 생각이 사회통념이라며 더욱 콩쥐를 쥐어짤 계책을 세우고 있다. 콩쥐팥쥐의 결말은 이렇다. 콩쥐가 죽임을 당하지만 팥쥐가 제 어미에게 젓갈로 제공되며 권선징악이 이뤄지지만 잔혹하다. 이와 같은 잔혹한 결말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금의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논란은 딱 그 모양새다. 명예퇴직, 희망퇴직, 정리해고 등 만연한 수시해고로 정년이 지켜지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정부는 임금만 깎고 보자는 것이다.
 

 

 

무기가 된 고용, 청년고용에 대한 거짓말

정부는 임금을 깎아 기업들에게 돈을 더 쥐어주면 일자리가 는다는 발상을 한다. 하지만 고용이 위축된 것은 기업들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10대 기업은 500조가 넘는 천문학적 사내유보금을 축적하고 있다. 이미 돈은 차고도 넘친다. 부족한 것은 상품을 사줄 노동소득이고, 그 소득과 소비의 증대에 따라 신규 일자리도 필요하게 된다.

일을 더 하려면 임금 깎자는 정부의 주장도 고용을 무기로 삼은 협박논리나 다름없다. 설령 정부 주장대로 임금이 깎이더라도 더 오래 일하는 게 평생 소득에 도움이 된다고 치자. 그러나 이건 일부 대기업에나 통용될 얘기다. 노조조차 없는 90% 노동자와 200만 원 이하 저임금에 머물고 있는 700만 명 이상의 노동자에게 할 소리가 아니다. 이 협박논리가 거센 반발을 사자 이제 정부와 경영계는 다른 핑계를 댄다. 청년고용 증대다. 이는 최근 갖다 붙인 명분이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의 목적은 기업부담 줄이기라며 달리 설명했다. 60세 정년제를 도입하는 대신 임금을 깎아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솔직한 얘기다. 올해 상반기를 넘기지 않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도 내년 정년제 실시를 앞두고 올해 각 사업장 노사협상에 임금피크제를 반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의도다.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이 늘어난다는 주장의 기대효과는 없다. 과거에도 정부와 기업들은 신입사원 초임을 깎으면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역시나 임금만 빼먹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지난 6월 29일 입법조사처도 임금피크제 도입과 취업규칙 개악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을 보자. 첫째,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 보장을 전제로 한 제도인데, 실제로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러니 결국 임금만 깎인다는 우려다. 둘째, 설령 정년이 보장되고 임금피크제가 도입 되더라도 임금 외 간접 고용비용(퇴직금, 각종 복리후생비 등)을 고려했을 때,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으므로 임금피크제로 청년고용을 늘린다는 정책효과는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임금피크제에 따른 고용연장으로 기업의 인건비 총액은 늘 가능성이 있어, 청년 신규고용에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셋째,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노조나 노동자 과반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행정지침(가이드라인)은 근로기준법과 충돌해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26일 민주노총을 방문한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연합 지도부도 박근혜 정부가 취업규칙 개악 및 일반해고 도입 등 시행령과 가이드라인 등으로 권한이 없는 입법범위까지 행정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그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은 우선 노동관계법 관련 정부 시행령/시행규칙/가이드라인/예규 등의 위법성 문제를 국회 환경노동위위원회에서 전면 문제제기하기로 하고, 나아가 민주노총이 제안한 ‘행정입법 검토 소위원회’를 전체 상임위 차원으로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이렇듯 누가 봐도 잘못된 제도를 도입하려다보니 현재 정부는 예정된 지침발표 시한을 넘기며 눈치를 보고 있다. 그럼에도 또 기어이 관철시키겠다며 꼼수와 억지 명분을 궁리하고 있을지 모른다. 정부의 발상은 민주주의에 반하며, 노사자율 원칙에도 위배된다. “사회통념상 합리적”일 때만 노동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는 ‘변명’도 하나마나한 거짓말이다. 명백히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안이라면 노동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무시할 이유가 있을까? 결국 정부와 자본은 ‘합리적인 사회통념’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대로’ 취업규칙을 손보고 싶은 속셈이다. 가령 정부가 생각하는 사회 통념이란 이런 식이다. “50세가 넘으면 업무능력이 떨어진다.” 이기권 장관의 말이다. 그럼 높으신 정부 관료와 경영인들이 죄다 50세 이상이라 나라가 이 모양인가.

 

 

‘살인진미’ 가득한 박근혜 셰프의 메뉴

한국정부는 늘 자본의 셰프를 자처하며 노동자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세상을 요리한다. 오늘도 재벌들은 국정원의 소개로 채용한 박근혜 셰프의 풍성한 코스요리를 즐기며 포식하고 있다. 살인진미가 가득한 상차림의 첫 번째 엽기 메뉴는 ‘임금피크제’이며, 주재료는 정규직 임금이다. 게다가 임금피크제 전면화를 시작으로 정부는 현재의 연공급(경력에 따라 임금 증가) 임금체계를 허물고 성과연봉제를 전면 도입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노조를 통해 일률적으로 임금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노동자 개개인이나 개별 팀들을 대상으로 성과목표를 정해주고, 그 달성 여부에 따라 임금수준을 달리 정하는 제도다. 그럼 뻔한 거 아닌가. 과도한 목표를 정해주곤 달성하는 극히 일부는 기존의 임금을 보장받겠지만, 미달하는 대다수는 임금이 깎인다. 어디 임금만 깎이나. 엄청난 성과독촉에 시달리며 동료들끼리 경쟁하고 심지어 저성과자 해고제(일반해고)가 도입되면 쫓겨나기도 한다.

 

 

비정규직 늘리는 ‘비정규직 종합대책’

박셰프가 차려내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메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모든 개악정책들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담겨져 있다. 정규직 전환은 뒷전이고 비정규직으로 개고생하며 설움 받는 기간을 4년으로 더 연장해놓고 ‘고용보장’이라고 하고, 법으로 금지된 간접고용 비정규직(파견고용) 채용도 일정 연령을 넘은 고령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면 허용하겠다고 하니, 이게 무슨 비정규직 종합대책이고 상생방안인가 싶다. 사실상 기업들을 위한 정규직 살해면허고 비정규직 활용설명서다. 이러다보니 권력의 눈치나 보고 보수적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정부의 대책은 오히려 파견노동의 증가로 양극화를 더욱 촉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에도 인권위는 새누리당이 발의한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사내하도급법)’이 대법원이 불법으로 판결한 사내하도급(위장도급)에 대해 판결기준을 모호하게 만들어 결국 합법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야당이 제 정신이라면 온통 문제투성이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순순히 허용할 리 없다. 때문에 정부는 국회 입법을 피해, 행정지침(가이드라인)이나 시행령 등의 꼼수로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최근 문제가 된 국회법 개정안이 바로 그러한 행정꼼수 문제를 바로잡는 하나의 계기였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걷어찼다. 행정독재를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노동자를 향한 행정독재는 노사정위원회 야합이 무산되자 바로 다음날 선포됐다. 사실상 ‘강행 추진’은 미리 준비됐던 것이다. 끝내 ‘쉬운 해고, 낮은 임금, 비정규직 양산’의 공포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치명적 바이러스의 유포자는 다름 아닌 정부고, 유포방식은 ‘가이드라인’, ‘시행령’, ‘시행규칙’ 등이다. 정부는 행정권력을 남용하여 사회적 합의도, 국회 입법권한도 침해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노동자 권리 강탈에 나선 것이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은 4월 1차 총파업에 이어 7월 2차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만만치 않은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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