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도 들어오지 않는 산 1번지, 연탄 배달비만 한 장당 300원”
“수돗물도 들어오지 않는 산 1번지, 연탄 배달비만 한 장당 300원”
  • 승인 2011.12.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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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탐방> ‘연탄가정’의 힘겨운 겨울나기-2: 성북구 정릉3동

무게 3.6㎏, 4600㎉의 열량을 뿜어내는 막강 화력의 연탄.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연탄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기름?가스 보일러는 꿈도 못 꾸는 극빈층들에게 연탄 2장은 하루 24시간 동안의 듬직한 동반자다. 특히 비탈진 산동네에 거주하는 영세민들에게 연탄은 ‘검은 보석’과도 같다.
저소득층의 소득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다. 바깥바람이 차가워질수록 이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산비탈을 이고 사는 달동네 사람들에게 추운 겨울은 한 걸음 더 일찍 찾아왔다. <위클리서울>은 ‘연속기획’으로 달동네 주민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했다. 이번호엔 성북구 정릉3동을 찾았다.






산바람 쌩쌩 부는 기슭

화려한 술집과 고층 아파트 단지 뒤편, 과거엔 ‘산 1번지’라는 주소로 통했던 정릉 3동 산비탈에 자리한 동네엔 다른 어느 곳보다 겨울이 일찍 다가왔다. 북한산 기슭이다 보니 이곳 주민들에겐 11월부터 4월까지가 겨울인 셈이다. 12개월 중 6개월을 난방비 때문에 걱정한다.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 북한산과 가장 인접한 곳에 거주하는 김모(43) 씨는 지난겨울까지 기름보일러를 사용했다. 하지만 월 50만원에 달하는 기름 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올해 연탄보일러로 교체했다. 보일러를 교체하는데 30만원이 들었다. 연탄을 구매하는데 드는 비용은 월 15만원 가량이다.

“보일러 장만하는데 비용이 좀 들긴 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부담이 훨씬 줄었죠. 평균 매달 35만원 정도는 남길 수 있으니까요. 생활비와 아이들 학원비 문제 등으로 고민을 많이 해왔거든요. 올해부턴 좀 나아지려나….”

사실 연탄 비용을 더 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집의 위치 때문에 더 이상의 비용 절감이 어려웠다. 연탄 배달차량 진입이 어려워 지게 등으로 배달을 하다 보니 배달비가 높게 책정된 것이다.





“여긴 동네가 높아서 배달을 안 오려고 해요. 연탄 한 장 값이 500원인데, 배달비까지 합해  680원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겨우 깎아서 640원에 합의 봤어요. 불과 30미터 거리지만 연탄을 지게에 실어 날라야 해서 140원을 더 받는 거예요. 연탄은 또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물건이니 이해해야죠. 그나마 우리 집은 다행입니다. 300원 씩이나 더 받는 곳도 있어요. 거긴 아예 차도 못 들어가고 골목도 길어요.”  

연탄보일러의 유효기간은 고작 3년. 아쉽기는 매 한가지다.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보일러를 탄탄하게 만들진 않겠죠. 3년 뒤엔 교체해야 한다고 해요. 보일러가 못 견딘다고 하대요. 3년 이상 됐는데도 계속 쓰면 가스누출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곳에서 15년째 살고 있다는 박모(67) 씨. 영하로 떨어진 바깥 날씨 때문에 실내 기온 역시 소름이 일 정도로 싸늘하지만 연탄 한 장으로 추위와 맞서야 한다.

“연탄때기도 부담스러워요. 되도록 아끼려고 하죠. 배달 값이 많이 올라서…. 따뜻하게 살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못돼요. 워낙 비싸니까.”

이곳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의 월 평균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를 포함해 대략 50만원 정도. 소득의 반 이상을 방세로 내고 난방비를 지출하고 나면 생활하는데 쓸 돈은 턱없이 모자란다.

“연탄이 그나마 싸니까 이렇게라도 유지를 해요. 물론 산이다 보니 외풍이 심해서 늘 감기를 달고 살죠.”





제대로 씻기도 힘들다. 온수 시스템이 없어 늘 연탄덮개 위에 물이 든 냄비를 올려놓는다.

“가스비가 없거나 가스선을 달지 못해, 혹은 달아주지를 않아서 기름보일러 쓰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기름이 비싸니까, 연탄으로 교체한 케이스가 많죠. 동네 자체가 후져서, 가스도 안 들어오는 집이 많다는 얘깁니다. 그러니 샤워하기가 힘들죠. 물그릇을 항상 연탄보일러 위에 올려둬요. 안 그러면 찬물에 씻어야 하니까.”

주민들의 겨울나기를 어렵게 하는 것은 난방뿐만이 아니다. 물가가 너무나 올라 식생활 수준도 전보다 형편없이 떨어졌다.

“제가 번 돈으로 쓸 수 있는 게 부탄가스, 라면, 전기료, 통신비 요금 그 정도거든요. 하지만 그런 걸 쓰기에도 너무 빠듯한 살림이라는 거죠. 그런데 한편으론 참 재미있는 거 같아요. 죽지 않을 만큼씩은 생활비가 나온다는 게….”





인근에 거주하는 장모(70) 씨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경기침체 때문인지 이전에 연말이면 가끔 전해지던 온정의 손길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낮부터 술에 의존하기도 한다.

“답답한데 몸은 말을 안 듣지, 날은 춥지, 술이라도 마셔야지 견딜 수 있죠. 우리처럼 늙은이들 문제가, 겨울에 라면주고 쌀 줘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1~2년 이상을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나아지지 않겠어요.”

이들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초생활수급비 책정기준 조정, 저소득층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일자리 알선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원 기준이 뭔지…”

정릉 3동 산 1번지 일대는 지난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방문해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들을 대상으로 ‘원순씨와 함께하는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펼친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봉사활동을 통해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 총 30세대를 대상으로 연탄 8000장과 난방유 300L를 배달했다. 몇몇 가정은 혜택을 본 것이다.

“이거라도 고맙죠. 한 달은 거뜬히 살 수 있으니까요.”

200장 가량의 연탄을 지원받은 장모(48) 씨는 그나마 살림에 보탬이 돼 마음이 든든하다고 했다.

“남편이 혼자 벌어와 4가족을 먹여 살리는데, 겨울만 되면 생활비가 빠듯했거든요. 올해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달만큼은 아이들 먹고 싶은 거 먹이고, 난방비 외에 다른 부분에도 쓸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연탄을 지원받지 못한 가정도 많은 게 사실이다. 윤모(46) 씨는 지원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원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 집이 무허가라서 아예 배제됐을 수도 있다고 여겼어요. 사실 그런 건 통장이 정하는 거니까, 주민들은 기준을 알 턱이 없죠. 어렵게 사는 건 매 한가지인데….”

‘정릉 3동 주민센터’는 <위클리서울>이 취재 협조요청을 하면서, 저소득층 가구와 위치 등을 묻자 “해당 가정의 동의 없이 함부로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했다. 윤 씨는 “그럴 줄 알았다”며 혀를 찼다.




“그 사람들이야 뭐가 털릴 줄 모르니까 그런 거죠. 사실 공무원들이 그렇잖아요. 가만있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 연탄 지원이야 한 번도 받은 적 없으니, 별로 아쉬울 게 없어요. 그런데 정부나 공무원들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요. 주민들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없잖아요. 서울시장이 안 들렀으면 자체적으로 주민 지원할 방안을 모색할 양반들이 아니었다는 얘기죠. 사실 우리 집은 수도도 안 들어와요. 수도 자체가 이어져 있지 않아요. 옆집에서 받아쓰고 있는 형편이에요. 물 값만 몇 만원씩 옆집에 내야 해요. 옆집이 우리보다 식구도 많은데, 반으로 나눠서 내라고 하거든요.”  

윤 씨의 부인 최모 씨도 거들었다.

“마을버스 들어오기 시작한 지도 몇 년 안 됐어요. 정부나 구청, 주민센터 등에선 지금까지 아무런 관심을 안 두는 동네죠. 뉴스 보면 맨날 어디 어디서 연탄 기부했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우린 별로 피부에 와 닿지 않아요. ‘이웃의 따뜻한 손길’, ‘행복한 배달’ 등등 하는 말들이 많던데, 우리도 이런 게 뭔지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자가 대문 앞을 서성거리다가 만난 정모(70) 씨는 좁은 마당에서 앉았다 일어서기, 벽 밀치기 등의 운동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2년 전 중풍이 온 뒤부터는 날이 추워지면 무서워요. 그래서 운동을 해야 합니다.”

쌀쌀한 날씨는 노인들에겐 위험한 요소다. 이렇듯 추위가 두렵지만, 그는 아직 난방을 하거나 전기장판을 켤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 푼이 아쉬워요. 폐휴지 주우러 나간 ‘영감’이 벌어오는 귀한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에요. 연탄 지원이라도 된다면야 이렇게까지 구두쇠 심보를 부리진 않겠죠. 우리 집도 무허가라서 앞으로 돈을 많이 모아야 합니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거든요. 최근에 재개발 한다는 소리도 들리더라고요.”





이곳에는 실제 재개발추진위원회까지 결성돼 있다.

“여기 세놓은 사람들 강남 부자들 많아요. 여기 재개발 되면 땅값도 엄청 오를 겁니다. 서울시내에서 이렇게 공기 좋은 곳도 드물거든요.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어쩔 땐 밤에 걷다보면 서울이 아니라 시골 같아요.”

정 씨는 지금까지 공기 좋은 산기슭에서 생활해 그나마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지원 같은 것은 안 해줘도 좋으니, 그저 죽는 날까지 편안하게 이곳에서 살 수 있었으면 싶죠. 조금 욕심을 내자면, 불우한 이웃들에 대한 ‘이웃의 따뜻한 손길’ 같은 거랄까요. 너무 큰 욕심인가요.”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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