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문자수 8명, 그들은 왜 이곳을?
오늘 방문자수 8명, 그들은 왜 이곳을?
  • 승인 2009.10.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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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영의 이런 얘기 저런 삶> 미니홈피

"Even if my collar bones crush or crumble I will never stumble… "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흥겹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에미넴(Eminem)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오랜만에 접속해본 내 미니홈피에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BGM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맘에 들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대문에 걸려있는 글귀도 `문 닫았음`. 게시글이고 사진첩이고 열려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텅 빈 미니홈피다.

내 미니홈피 역시 황금기를 누릴 때가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 내 기분, 소소한 사진들 따위가 오밀 조밀하게 매일 업데이트 되고, 예쁜 스킨(미니홈피의 배경 그림, 일정량의 사이버 머니로 구입해야 한다)과 그에 맞는 BGM이 흐르는 그야말로 활동 왕성한 미니홈피였다.

하루의 접속자 수는 아무리 적어도 두 자리 수를 찍었고 오프라인에서는 그다지 친밀한 관계가 아닌 사람들도 내 홈피에 접속해서 친근하게 안부를 묻곤 했다.

그러던 내 미니홈피가 갑작스럽게 `문 닫았음`을 내걸게 된 것은 비단 무슨 이유일까.

미니홈피는 새로운 형식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의 편리한 통로가 되어준다. 활동을 접으면서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나의 지인, 예를 들어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나 고향에 계신 엄마 등등은 내 근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창이 없어진 것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한다. 가끔 연락이 오는 친구들의 문자 내용도 대부분 `죽었니, 살았니?` 같은 것이 대부분이다.

일촌 목록(친밀한 사이의 회원 목록)을 펼쳐본다. 스크롤 바가 길게 늘어서 있다. 내가 이 사람들과 친밀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중에는 정말 친한 사람도 있고, 이름 석 자로는 도무지 아무도 불거져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 친하지도 않은 `어떤` 사람과 친밀한 척 안부글을 남기고 사진을 퍼가는 피상적인 관계에 일종의 만족감을 느낀다. 어쩌면 나는 이런 가식적인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어느 순간 허탈해져 버린 걸지도 모른다.

미니홈피 활동을 접은 가장 큰 이유는 누가 뭐래도 아마 게으름이 맞을 것이다. 매일 매일 업데이트 되는 내 사진들을 통해서 내 근황을 모든 내 `일촌`들에게 보여주고, 다이어리에 쓸데없이 어깨 힘 팍 넣은 오글오글한 일기를 올리는 것 등은 자잘하게 꼼꼼하지 못한 내 성격에는 꽤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일이었다. 반면 그렇게 `힘든 작업`의 보상이라는 것이 겨우 늘어나는 방명록 페이지와 오늘 방문자 수 뿐이라니…. 지속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홈피를 들락거리는 것은 단순히 클릭 몇 번에 그 사람이 돈과 시간으로 꾸며놓은 나름의 센스를 감상하는 게 전부이니 꽤나 재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미니홈피 꾸미기에 열을 올리던 그때는 감탄스러웠던 다른 사람의 방문자 수와 스킨의 센스도 내 미니홈피에서 손을 떼고 나니 점차 감흥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 혹은 그녀의 사진첩도 예전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내가 그 안에 속해있을 때 보았던 것을 보지 못하게 되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 것 같다. 타인의 미니홈피를 통해 내 홈피를 어떻게 수정하는 것이 더 나을지 궁리하던 그 때와는 달리 지금은 보이는 그대로만 볼뿐이다. 더 이상 부러울 것도 없고 생각할 것도 없다.

요즘의 내 눈에는 미니홈피의 가식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더 이상 그 일원이 아니기 때문인지. 자신의 사생활을 가장 많이 드러내는 미니홈피에서는 엉성하게 자신을 감싼 포장지의 그저 화려하기만 한 색채에 가려 `진짜`를 볼 수가 없다. 이 사람이 지금 슬픈 건지 아니면 고민에 빠진 것처럼 보이고 싶은 건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입으로 `나 슬퍼, 너무 슬퍼…` 얘기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그 진실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마치 극장이 깜깜해서 숫자를 가늠할 수 없는 관객을 앞에 두고 혼자 독백을 하고 있는 배우를 보는 것 같다.

일촌 목록에서 친한 친구의 이름을 클릭한다. 메인에 걸려있는 사진은 분명 내 친구가 맞긴 하지만 어째 실제의 그녀보다 조금 더 예뻐 보인다. 착시현상은 아닌 것 같다. 분명 사진 속의 그녀는 내 친구보다 더 큰 사이즈의 눈을 가지고 있다.

다이어리에는 `다이어트 3일째 파이팅!` 이라는 글이 오늘자로 올라와 있다. 밑에 달린 댓글들에서 익숙한 이름이 몇 보인다. 밑에다가 댓글을 하나 남긴다.

[박신영: 너 어제 나랑 치즈케이크 엄청 먹었으면서 무슨 다이어트 ㅋㅋㅋ].

내 이름으로 달린 댓글 바로 위에 적힌 댓글이 말한다.

[니가 뺄 살이 어디 있다구 ㅋㅋ 여튼 너무 굶지 말고 파이팅ㅋ].

내 댓글과 너무 대조되는 것 같다. 내 친구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 같은 기분에 댓글을 수정한다.

[ㅋㅋㅋㅋ 다이어트 열심히 해라 ㅋㅋㅋ].

동시에 미니홈피의 이 사람은 내가 아는 친구가 아닌 것 같은 낯섦이 밀려든다.

다시 내 미니홈피로 돌아왔다. 오늘의 방문자 수 8명. 아무것도 없는 미니홈피임에도 누군가 계속 꾸역꾸역 방문한다. 이 여덟 명은 무얼 보고자 내 미니홈피에 들어왔을까. 내 미니홈피가 화려했었던 옛날에도, 썰렁하기 그지없는 지금도, 내가 활동을 하든 말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주인을 제외한 채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굴러가는 이 커다란 미니홈피의 포도송이를 보고 있자니 기를 쓰고 홈피를 꾸몄던 시간이 조금은 허탈해 진다.

미니홈피를 닫지 않은 채로 최소화 시켜 작업표시줄로 숨겨버렸다. 어쨌거나 내 미니홈피의 BGM은 정말 괜찮은 것 같다.

"…When you`re me, people just want to see, if it`s true. If it`s you, what you say in your raps, what you do. So they feel, it`s part of your obligation to fulfill. When they see you on the streets, face to face, are you for real… "


psy5432@nate.com <박신영님은 경희대 법학과 학생입니다. `위클리서울` 대학생 기자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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