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들에 들려진 내 몸, 바다와 깊은 포옹을 나누다!
배신자들에 들려진 내 몸, 바다와 깊은 포옹을 나누다!
  • 승인 2009.06.1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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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자> 동해안으로 떠난 2박3일간의 수학여행기-2

`환선굴` 등산 약효 덕분에 전날 일찍 잠이 들어 아침엔 수월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평소 부지런한 수진이는 이미 씻고 나왔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난 유수가 씻으러 들어가고 우린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는 애들도 있었다. 모두가 씻은 뒤 교관 선생님이 없는 우리는 뒤늦게 선생님의 지시를 받고 역시 전날 저녁만큼이나 맛없는 아침식사를 해야 했다.

이날 우리의 첫번째 여정은 설악산. 강원도 하면 설악산에 가봐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전날 올랐던 환선굴 등산의 아픔이 아직도 생생하기에 선뜻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설악산 입구에서 모두 모여 사진을 찍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우리에게 주어진 상태.



버스를 타고 설악산에 도착한 우리들은 우선 반 친구들과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은 우리 졸업 앨범에 실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고비. 이제 본격적으로 등산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여러 친구들과 함께 의기투합해서 올라가려 했지만 뜨거운 햇볕과 꽤나 복잡한 등산길.



수학여행비가 아까워서라도^^ 어떻게든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가 보려 했으나 엉덩이를 바위에 붙인 채 꼼짝 않는 다른 아이들. 간신히 설득해서 겨우겨우 끌고 올라갔다. 환선굴 오르는 길보다 경사는 낮았지만 끝없는 오르막길에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가는 애들도 많았고 나와 함께 올라가던 친구들도 그만 내려가자고 유혹의 손길을 뻗쳤으나 굴하지 않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결국 비선대까지 올라갔다.



시원하게 탁 트인 전망. 이곳에 오니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느껴졌다. 친구들도 멋진 풍경에 감탄을 하며 사진을 찍어대느라 바빴다. 이제 올라온 길을 다시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꾸역꾸역 느리게 발걸음을 산 아래로 옮기는 중 늦게나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오는 친구들에게 격려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하지만 내려가는 길도 정말 끝이 없었다.).



간신히 산을 다 내려온 우리들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역시나 맛없는 점심.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상당히 들떠 있었다. 왜냐하면 다음 코스는 우리가 그렇게도 기다리던 바다 구경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푸른 물 넘실거리는 탁 트인 시원한 동해바다.



행선지는 낙산사와 인근 해수욕장. 모두들 짧은 바지에다 간편한 복장을 한 채 한 손엔 저마다 슬리퍼를 들고 낙산사로 떠났다. 낙산사는 그저  척 건성으로 넘어가고 우린 바로 바다로 나갔다. 정말 너무나도 투명하고 상큼했다. 차마 선뜻 바닷물에 들어가지 못하던 친구들과 떨어져 해변을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2학년 때 환상의 콤비인 친구 세영이를 만났다. 아직은 물이 차가웠다. 발만 살짝 담근 뒤  세영이와 함께 모래밭에 앉아 악마의 눈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붙잡혀 얼음장 같이 차가운 바다로 빠져 들어가는 `불쌍한` 아이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번쩍 들어올려지는 내 몸뚱아리. 이어 들리는 `Lollipop`. 나를 들어올린 주인공들은 내 친한 친구들인 인우, 유진, 가영, 효진이였다. 모두들 이미 한번씩은 바닷물에 빠졌는지 머리와 옷이 온통 젖어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들려진 채 나는 바닷물과 아주 제대로 포옹하고 말았다. 이왕 젖은 거 다른 사람들도 빠뜨리자고 의기투합. 우리 반 아이들, 그리고 다른 반 중에서도 안면이 익숙한 아이들을 상대로 바다와 애정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아주 많이 만들어 줬다. 나는 담임 선생님께도 당하고 친구들에게도 배신을 당해 여러 번 바닷물과 만나야 했다.


#같은 반 친구 가영이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감싸안은 채 돌아온 숙소. 우리는 숙소에서 제공되는 저녁을 먹지 않기로 의견을 모으고 샤워를 한 뒤 자장면을 시켰다. 이미 시켜먹어도 된다는 허락이 있었다. 타향에서 먹는 자장면은 꿀맛 그 자체!
그리고 바닷물과 여러 번 포옹하다보니 힘들만도 했지만 우리를 기다리는 아주 중요한 일 때문에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바로 기대하고 고대하던 장기자랑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린 인기 여성그룹 카라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로 했다. 의상까지 모두 준비해 온 상태. 나까지 포함 5명의 멤버들은 분주히 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인우의 머리를 만져주고 약간의 화장도 해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우리 반 류지원. 지원이는 남자 같지만 정말 귀여운 외모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작년에 학교 축제에서 빅뱅 춤을 춘 적이 있다. 물어보니 이번에도 빅뱅 춤을 출 것이라고 했다. 찾아온 이유는 머리를 해달라는 것. 머리가 굉장히 짧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했다. 게다가 완전 `지원=남자` 라는 공식이 확립돼있는 상태여서 `뻑센` 남자머리를 해줄 수밖에 없는 일.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나에겐 마법의 손이 있지 않은가.

이렇게 저렇게 고데기로 살짝살짝 머리를 만지며 약간의 신경을 썼더니 요즘 유행하는 완벽한 꽃남 스타일의 머리가 완성됐다. 마지막으로 왁스도 발라주고 빅뱅의 멤버 승리처럼 눈썹도 진하게 그려주었다.

잠시 뒤엔 빅뱅을 공연할 또다른 친구 소이가 찾아와 분장도 도와주고 원더걸스를 공연할 미현이 분장도 해줬다. 미현이는 빅뱅과 합동 공연을 할 것이라 했다. 정작 나는 준비도 못한 채…. 시계를 보니 겨우 40여분이 남았을 뿐이다. 나는 서둘러 의상을 갖춰 입고 머리도 만지고 분장도 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과 합류해 최종 리허설을 했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준비하고 그만큼이나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신경도 날카로워 있었다. 드디어 장기자랑이 시작되었다.

맨 처음엔 우리 반 최찬희가 노래를 불렀다. 찬희는 예전부터 수준급의 노래실력으로 소문이 난 상태. 이날도 멋들어지게 노래를 불렀다. 찬희의 노래가 끝나고 다음이 우리 차례. 그런데 아니 이게 왠일이란 말인가. 음향시설 때문에 우리가 맞춰 춤을 출 카라의 노래 CD(우리가 편집해 가져온 것)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게 아닌가.

하는 수 없이 노래가 담긴 MP3를 가져오기로 했다. 재빨리 숙소로 가서 MP3를 갖고 와 음향을 담당하는 아이에게 넘겼다. 불안한 가운데도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를 부르는 소리에 무대 위로 올라갔다. 들려오는 노랫소리. 하지만 럴수 럴수 이럴 수가. 정말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MP3에 연결된 작은 스피커에 마이크를 가져다 대고 음악을 트는 게 아닌가. 음향을 맡은 사람 입장에서는 CD가 되지 않다보니 어쩔 수 없이 짜낸 방법이었나 보다. 그런데 노랫소리가 영 아니올시다였다.

활짝 웃는 얼굴로 춤을 춰야 하는데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잔뜩 굳은 얼굴로 춤을 출 수밖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다른 문제도 겹쳤다. 우린 키를 맞추기 위해 힐을 신은 상태인데, 무대 2개를 붙여놓은 상태여서 힐이 그 틈 사이에 자꾸 끼는 것이다.

간신히 춤과 노래가 끝나고 무대를 내려왔다. 그런데 쏟아져 내리는 눈물…눈물. 우린 다섯이서 부둥켜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

중요한 건 우리 다음부터 공연하는 아이들은 노래가 다 정상적으로 나왔다는 사실. 마지막 무대인 빅뱅과 원더걸스를 보고 있는데 MC 진행을 맡았던 세영이가 나에게 와서 이제 음악이 잘 나오니 다시 공연을 하는 건 어떻겠느냐고 물어왔다. 하지만 우리 멤버들은 이미 기분이 완전히 상한 데다가 옷까지 다 갈아입은 터여서 다시 할 상황이 못됐다. 결국 다시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모든 공연이 끝난 뒤 다행히 상품도 받았고 친구들이 예쁘게 잘췄다며 위로도 해주었지만 도저히 기분이 풀리질 않았다.



방으로 돌아와 씻고 나오는데 같이 춤을 춘 채연이가 울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이 제일 앞쪽으로 나와 춤을 추는 부분이 있었는데 노래에 문제가 생기다보니 정신이 없어서 깜빡했고 그 때문에 같이 춤을 춘 유진이가 살짝 화를 냈나보다. 채연이를 달래고 보니 이번엔 MC 진행을 맡았던 세영이가 우리에게 너무 미안해서 울고 있다는 소식. 세상에∼꼬여도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가…. 재빨리 뛰어가서 우린 괜찮다며 위로를 해줬다. 이렇듯 많은 아이들이 미안해하고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기분도 풀릴 수밖에….


#대관령목장에서 친구 유진이와 함께

다음날 아침, 새벽까지 진실게임을 하고 늦게 잠이 든 탓에 너무나도 일어나기가 힘들었던 우리. 아직 아무도 안 일어난 상태였지만 욕실에 들어가 재빨리 씻고 나와 다시 자리에 누웠다. 같은 방을 쓰는 유수가 일어나자 아이들을 깨울까 말까 하는 문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밥을 먹으려면 아침 식사 시간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깨워야 했다. 하지만 그냥 재우기로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이 밥을 안먹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전날 옆방에서 뺏어온 과자를 아침 대용으로 먹고 있는데 갑작스런 선생님의 습격. 하는 수 없이 아이들을 깨운 뒤 짐을 쌌다.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는 양들과 젖소들

이제 되돌아가야 하는 시간. 내려올 때 탔던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던 중 우린 대관령목장에 들렸다. 드넓은 초원에서 졸업앨범에 들어갈 사진도 찍고, 풀을 뜯어먹고 있는 양들과 젖소, 염소 등도 구경했다. 전날 꿀꿀했던 기분이 한결 더 좋아졌다. 내려와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우리의 꿈많은 여중 생활 마지막 수학여행은 다소 아쉬운 가운데 끝을 맺었다. 정다은 기자 <정다은님은 경희여중 3학년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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