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세번째 그녀의 생일날이 발인식 날이 될 줄이야
쉰 세번째 그녀의 생일날이 발인식 날이 될 줄이야
  • 승인 2007.01.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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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숭인동 길레스토랑 익산떡의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情


#`그분들`은 항상 이렇듯 위험한 상황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12월 19일이었습니다. 11월 25일 부천역 청소 용역 미화원으로 입사했으니 갓 25일여가 지난 다음 맞이한 전용숙씨의 쉰 세 번째 생일. 게다가 세 살 때 헤어진 이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딸과도 만나는 날이었으니 그보다 더 특별할 수는 없었겠죠. 특별휴무를 신청한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생일은 발인식 날로 바뀌었습니다. 그로부터 4일전인 15일 오전 8시경 부천역 선로 옆 수풀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던 것입니다. 전씨가 입사한 지 20일만의 일이었습니다.

사건조사를 맡은 해당 경찰서에 따르면 전씨가 사망한 건 시체가 발견되기 하루 전인 14일 오후 5시 45분∼6시 사이였습니다. 전씨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철로를 건너던 중 전동차에 치여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경찰은 전씨가 달리는 전동차의 측면에 부딪쳐 사망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 부천역은 60개의 수도권 전철 노선 중 `예외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역구내 대신 선로 밖에서 별도의 가건물을 지어놓고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이 분리수거를 위해선 항상 철로를 불법 횡단해야 하고 그만큼 위험에 노출돼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재인 셈입니다.

하지만 사건 이후 철도공사측은 자신들에겐 책임이 없다며 모든 원인을 전씨가 소속된 용역업체로 돌렸습니다. 용역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들은 안전 이행 시행 교육을 매일 충실히 했으며 쓰레기 분리장 선로 설치 및 선로 무단 횡단을 근본적으로 용인해 준 철도청의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무고한 한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는 그들이 말입니다.

그녀의 생일에 치러진 발인식엔 전씨 소속 용역업체 및 철도공사 측 사람들은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언론 또한 전 씨의 죽음에 무관심했습니다. 그저 비정규직인 한 환경미화원이 다소 부주의한 실수로 세상을 뜬 사건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간 것이겠지요. 때론 이른 새벽 음주 운전차에 치어 세상을 떠나는 또다른 많은 그들처럼요. 기껏해야 신문의 사회면 1단 토막기사로 묻혀져 버리고 마는 것이겠지요.

익산떡네 길레스토랑에 들르는 환경미화원 `오빠` 얘기를 하다가 사설을 너무 길게 늘어놓은 것 같군요.

`오빠`를 소재로 이 상자기사를 이어가는 게 벌써 다섯 번째군요. 두 번째 기사가 나간 이후 길레스토랑에서 그 오빠를 만났습니다. 물었습니다. 혹시 이렇게 기사를 쓰는 게 실례가 되는 건 아니냐고….

"뭐, 괜찮아요…없는 얘기 쓰는 것도 아닌데."
활짝 웃는 얼굴…그래도 왠지 죄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오빠` 얘기는 이쯤에서 끝을 맺으려 합니다. 하지만 오빠의 일은 절대 끝나지 않습니다.


#지난 22일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만난 그분들.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그들은 오늘도 남들이 곤히 자는 새벽 눈 비비고 일어나 빗자루 들면서 그들만의 행복을 찾습니다. 해충이 들끓고 악취가 풍겨도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스치듯 던져주는 수고하십니다, 한마디에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낍니다. 길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주면서도 마냥 행복해합니다. 토끼 같은 두 아이가 아빠 수고하셨어요, 할 때 더더욱 행복하다고 얘기합니다. 그 아이들이 길에다 휴지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져올 때도 행복해합니다. 내 아내의 여보 많이 힘들었지? 하는 말 한마디에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낍니다. 때론 "너도 말 안들으면 저 아저씨처럼 청소나 해야 돼"소리를 어린아이 면전에서 듣고, 담배꽁초 길거리에 버리는 사람에게 "왜 담배꽁초 버리세요?" 했다가 "당신들이 월급 받으며 하는 일이 뭐요"란 소리를 듣고, 상심하기도 하지만 다음날 새벽 빗자루를 잡는 순간 행복은 다시 시작됩니다. 익산떡네 길레스토랑 `오빠`와 이 세상의 모든 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들만 계속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서룡 기자 sljung99@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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