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독립선언서 민족대표는 몇 명인가요?"
"3.1운동 독립선언서 민족대표는 몇 명인가요?"
  • 한국어교육신문 김옥순 미국 통신원
  • 승인 2019.04.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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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한국학교의 박진감 넘치는 제9회 ‘도전 골든벨’ 현장
지난 3월 9일 애틀랜타 한국학교에서 개최딘 ‘제9회 도전 골든벨’ 행사 장면. (사진제공 : 김옥순 미국 통신원)
지난 3월 9일 애틀랜타 한국학교에서 개최된 ‘제9회 도전 골든벨’ 행사 장면. (사진제공 : 김옥순 미국 통신원)

지난 3월 9일 애틀랜타 한국학교에서 ‘제9회 도전 골든벨’ 행사가 열렸다. 매년 3월에 실시하는 도전 골든벨에서는 고급반(소나무(6,7학년), 장미(7,8학년), 진달래(7,8학년), 해바라기(9,10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비롯하여 한국의 역사와 인물, 문화유산, 지리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이 출제된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고급반 학생 대부분이 한국학교에서 다년간 한국어를 배워 온 학생들이다. 기초반에 입학하여 초, 중, 고급반에 이르기까지 10여 년간 한국어 배우기에 열정을 바친 우리 아이들은 한국어 실력이 탄탄하다. 고급반에 들어서면 한국의 역사와 인물, 문화유산에 대해 한층 폭넓고 깊게 배운다.

사실 토요일 주 1회 등교하는 한국학교에서 4교시 수업만으로 한국어를 비롯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까지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 조상들의 삶과 전통을 배우는 것에 매우 흥미를 느낀다. 이는 학생들의 인내와 노력, 학부모들의 지고지순한 뒷바라지, 더불어 교사들의 열정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라고 본다.

고백하건대 도전 골든벨 행사를 치를 때마다 나는 가슴이 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2세들이 10여 년간 토요일 시간을 쏟아 부어 배운 한국어와 한국에 대한 식견이 그들의 영혼을 관통해 봇물 터지듯 넘실거린다. 실전에서 학생들이 다소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려도 바다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듯 문제를 풀어내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대견스럽다.

매년 도전 골든벨을 앞두고 교사들의 마음은 바빠진다. 예상문제 출제를 앞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한국어, 한국의 역사와 인물, 문화유산, 지리. 이렇게 네 분야로 나누어 선생님들이 제각각 관심 있는 한 분야를 맡아서 문제를 출제하고, 골든벨 담당교사는 이를 취합하여 150여 개 문항의 예상문제를 학생들에게 배부한다. 실전문제는 예상문제 범위 내에서 담당 교사가 새롭게 출제한다.

대회 두 달 전부터 예상문제집을 받은 학생들은 차근차근 골든벨을 준비하는데 일부 성취동기가 강한 학생들은 아무도 몰래 박차를 가한다. ‘골든벨은 반드시 내가!’라는 꿈은 바쁜 미국학교 일정에도 학생들로 하여금 예상문제에 골몰하게 만든다. 문제아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듯, 승리욕이 강한 학생 뒤에는 상에 목숨 거는 엄마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한 학생의 엄마가 어찌나 극성인지 예상 문제집이 너덜너덜해지도록 공부한 학생이 있었다. 물론 교사들의 열정도 어지간하다. 토요일 오전 빡빡한 수업일정에도 틈을 내어 학생들과 함께 예상문제를 풀고 부연을 거듭하여 학생들의 의지에 기름을 붓는다.

이렇듯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의 협력이 풀가동한 도전 골든벨은 한국학교에서 치르는 여느 행사보다 박진감 넘치고 역동적이다. 다년간 학생들이 갈고닦은 한국어와 한국에 관한 지식을 더욱 심층적이고 체계적으로 다지는 기회이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이야말로 ‘코리언 아메리칸’으로서 학생들의 정체성이 더욱 확고해지고 한국인의 감성이 더욱 짙어지는 시간이다.

매년 도전 골든벨의 현장은 마지막 골든벨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 아슬아슬,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회가 치러지는 넓은 교실 바닥에 열 지어 앉은 남녀 학생들은 하얀 보드와 검은 마커를 손에 쥐고 진지하게 대회 지침을 경청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비장한지 결투를 앞둔 전사들이 따로 없다. 일순 긴장감이 돌고 숙연했다. 이내 1라운드가 시작되고 O, X 퀴즈에서 학생들 반이 떨어져 나갔다.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2라운드 중반에 강풍에 설익은 과일이 우수수 떨어지듯 어설프게 공부한 녀석들이 한 방에 훅 떨어지고 3명만 남았다. 준비를 많이 한 학생들도 헷갈리는 문제를 만나 일찍이 패자 석에 앉아서 억울한 눈빛을 연신 쏟아냈다. 이들을 위한 패자부활전을 열었다. 3라운드에선 부활한 학생들까지 총 8명이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였다.

세상만사 한통속이다. 일의 경중이나 대소를 떠나 사람의 생각대로 착착 되는 일이 없다. 여느 학생들은 졸업반 이 군(君)을 넘볼 수 없다. 한국어 실력이 어찌나 출중한지 한국어로 글도 잘 쓰고 한국의 역사와 인물, 시사상식에 이르기까지 박학다식한 한국통이다. 그러니 올해 골든벨은 단연 이 군이 울릴 거라고 그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더니, 이 군은 마지막 문제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이 군 실력에 버금가는 박 양(孃)이 ‘골든벨을 울릴 것인가? 말 것인가?’ 갈림길에서 초조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1919년 3월 1일 독립 만세 운동 때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대표는 총 몇 명이었나요?” 교장 선생님이 출제한 ‘골든벨 문제’에 고개를 갸웃갸웃, 마침내 33인이라고 아슬아슬 답을 쓴 박 양이 ‘도전 골든벨’을 울리는 쾌거를 누렸다.

 

필자 김옥순은 한국어교육신문 미국 통신원이다.
미국 이민 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학생들에게 논술을 지도했다. 2005년 10월 도미, 미국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로 이민 온 이래, 주중에는 Precise Electric LLC에서 General Manager로 일하고 주말에는 애틀랜타 한국학교에서 2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2010년 본국의 백범 김구재단이 주최한 재미 한국학교 교사 대상 ‘백범일지 교육계획안 공모전’ 입상을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12년 6월 미주중앙일보가 주최한 중앙신인문학상(수필 : 네가 있어 난 행복해)을 수상하면서 글을 읽고 쓰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애틀랜타 동포사회를 향한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애틀랜타 미주 중앙일보에 3년간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저서로 『
나는 오늘도 미국 이민을 부추긴다 : 미국 교육이민 성공보고서』(201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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