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함성, 대한독립만세!
100년의 함성, 대한독립만세!
  • 한국어교육신문 김옥순 미국 통신원
  • 승인 2019.04.0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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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한국학교의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지난 토요일, 애틀랜타 한국학교에서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사진 : 김옥순)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지난 토요일, 애틀랜타 한국학교에서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사진 : 김옥순)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지난 토요일, 애틀랜타 한국학교에서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학생들, 내외빈 그리고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100년 전, 태극기를 들고 비폭력 평화운동을 전개했던 조상들을 떠올리며 이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어요. 대한독립만세를 한번 따라 하더니 그다음부터는 자동으로 줄줄 나와요. 너무 슬프다고, 왜 일본을 가만 놔 두냐고, 막 혼내 주래요. 그러니 열 마디, 백 마디, 천 마디 말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것이 살아있는 교육이지요!”

기초반을 맡은 동료 교사의 후일담이다. 어떤 아이들은 “유관순 열사를 왜 누나라고만 부르냐? 여동생이 없었냐?”라고 묻기에 유관순은 여동생이 없었고 남동생만 두 명 있었는데 그들이 누나라고 불러서 우리 모두 ‘유관순 누나’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했다니, 퍼포먼스 한편의 위력이 대단하다. 일제의 총칼 앞에 비폭력으로 저항한 선열들의 애국 애족 정신이 2세들의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맞다. 2개월간 심혈을 기울인 교사들도 보람이 컸다.

유관순 열사가 감옥에 끌려가는 장면을 보고 슬프다는 아이들, 일본 순사가 독립운동가들을 향해 마구 휘두르는 곤봉이 무섭다고 고개를 돌리는 아이들, 탕 탕 탕, 빗발치는 총성에 퍽퍽 쓰러지는 독립운동가들을 보며 너무 슬픈 일이라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났냐고 되묻는 아이들, 기실 이번 퍼포먼스는 100년 전,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던 조국을 불굴의 의지로 지켜낸 선조들의 혼을 생생하게 표현한 한 편의 대서사시였다. 교포 2세들은 난생처음 겪는 경험이었으니 두렵기도 하고 호기심에 한껏 들뜨기도 했다. 아마 그들의 눈에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으리라. “잘해야 하는데….” 교사들이 소명과 사명감을 품고 기획한 ‘3.1 만세운동’ 퍼포먼스는 자라나는 2세들은 물론이요, 우리 모두의 가슴을 울렸다.

1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퍼포먼스가 큰 감동과 깊은 울림으로 우리 모두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학생들과 교사들, 그리고 학부모들과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관순 열사의 역할은 여학생이, 아버지는 학부모 중 한 분이, 어머니는 교사가, 일본 헌병은 남자 교사 두 명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독립운동가들은 졸업반 남학생들이, 군중은 일부 교사들과 기초반 학생들이 담당했다. 그렇다. 꽃이 화단에 홀로 덩그러니 핀 것보다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야 아름답듯이, 한국학교 관계자 모두가 연합한 퍼포먼스였기에 더욱더 멋진 일이었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영혼에 살이 토실토실 차오르는 시간이었다.

당시 열일곱 살 유관순 열사보다 앳되어 보이는 여학생은 부모님이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짖다가 일본 헌병의 총성에 숨지는 장면에서 목 놓아 “엄마, 아빠….”라며 부르며 실제와 같은 슬픔을 안고 태극기를 흔들면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이내 감옥에 갇히고 옥 속에서 채찍을 맞으면서도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부르짖는데 그 장면이 어찌나 사실적이었는지.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맞아! 아마, 100년 전 유관순 열사도 딱 저랬을 거야! 울부짖는 저 인상 좀 봐!”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나무가 돼라’고 하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출연을 맡은 이들이 제각각 배역에 숨을 불어넣고 공을 들였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지난 토요일, 애틀랜타 한국학교에서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사진 : 김옥순)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지난 토요일, 애틀랜타 한국학교에서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퍼포먼스가 열렸다. (사진 : 김옥순)

독립선언문 낭독을 맡은 우리 반 학생들만 봐도 그렇다. 두 달 동안 매주 수업 전후에 시간만 나면 독립선언문을 외우고 교우들 앞에서 목청껏 외쳤다. 두 팔을 드높이 쳐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수없이 불렀다.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질 리 있겠는가!

‘우리는 이에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한다. 대한독립만세!’

독립운동가들의 함성은 들불처럼 타올랐다. 카페테리아를 가득 메운 학생들과 내외빈들, 그리고 교사들의 가슴에 애국심이 일렁거렸다. 고사리 같은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손에 쥔 태극기와 만세 삼창은 코리언 아메리칸으로 살아가는 우리를 이 땅에 붙들어주는 태산이 되었다. 또한 미래에 등대가 되어 줄 거라는 생각이 천둥처럼 달려들었다. 잃어버린 조국, 빼앗긴 자유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건 조상들의 3.1 만세 운동이 100년을 맞아 이국땅에서 교포 2세들에 의해 무대에 재현된 건 놀라운 광경이었다.

 

필자 김옥순은 한국어교육신문 미국 통신원이다.
미국 이민 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학생들에게 논술을 지도했다. 2005년 10월 도미, 미국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로 이민 온 이래, 주중에는 Precise Electric LLC에서 General Manager로 일하고 주말에는 애틀랜타 한국학교에서 2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2010년 본국의 백범 김구재단이 주최한 재미 한국학교 교사 대상 ‘백범일지 교육계획안 공모전’ 입상을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12년 6월 미주중앙일보가 주최한 중앙신인문학상(수필 : 네가 있어 난 행복해)을 수상하면서 글을 읽고 쓰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애틀랜타 동포사회를 향한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애틀랜타 미주 중앙일보에 3년간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저서로 『나는 오늘도 미국 이민을 부추긴다 : 미국 교육이민 성공보고서』(201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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