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사가 베트남어 말하기 시험을 본 후
한국어교사가 베트남어 말하기 시험을 본 후
  • 한국어교육신문
  • 승인 2019.03.1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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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민정의 한국어교사 이야기③] 베트남어 학습자(교사)와 한국어 학습자의 역지사지
'가르치는 것은 두 번 배우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가르치는 것은 두 번 배우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가르치는 것은 두 번 배우는 것이다.’

J.주베르(Joseph Joubert, 1754~1824. 프랑스의 작가 겸 비평가)의 명언은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그 말을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은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바꿔 실천하려고 애쓰고 있다.

지금 교실에서는 교사와 학생 간의 쌍방향 소통을 필요로 하고 학생들의 능동적인 수업 태도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학습자들을 연구하는 등 교실 수업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물론 거창하고 요원하게 던진 서두가 나한테는 아직 해당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분명 외견상 학문 목적으로 왔지만 실제적인 목적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동료 교사들은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하고 있다.

며칠 전 나는 베트남어 말하기 시험에 응시하였다. 내가 소속해 있는 학교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베트남 학생이기도 하고 방학 때마다 외국어를 하나씩 공부해 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해서이다. 그리고 얼마 전 2023년부터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말하기 평가가 신설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마도 내가 치른 OPIC(Oral Proficiency Interview-compter) 시험과 비슷한 체계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법교육식이고 수동적이고 일방향적인 교육을 받고 자랐고 지필 시험에 익숙한 나에게 듣고 말하는 시험은 큰 부담이었다. 평소 베트남어를 공부할 때도 독해와 문법은 따라가겠는데 듣기와 말하기는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내가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가끔 같은 단어를 계속해서 더듬고 반복하여 말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렇게 반복하면 유창성이 떨어져 보이니까 천천히 하더라고 반복하지 않고 말하라고 조언을 해 주었다.

그러나 내가 직접 말하기 시험을 응시해 본 후 나는 ‘역지사지’를 경험하고 너무 쉽고 가볍게 조언을 해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학생으로서의 나의 시험 준비 과정, 마음가짐, 말하기 시험을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등등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학생들에게 언어 능력의 향상을 요구하기 전에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들었다. 그런 면에서 시험을 못 봐서 우울했지만 나의 말하기 시험 도전이 결코 무용지물은 아니라는 위안을 스스로 하며 나의 말하기 시험 경험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첫째, 공부 시간과 집중도의 차이에 대해 나와 학생들을 비교해 보았다.

나는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1시간 20분 정도 베트남 어학원에 다니고 이번 시험을 위해 겨울 방학 한 달 동안 일주일에 세 번 3~4시간 정도씩 공부를 하였다. 바쁠 때는 시간이 없어서 건너뛰기도 하던 때보다 확실히 방학 한 달 집중 학습이 나에게는 더 효과적이었다. 보통 대학 기관의 학생들은 일주일에 5번 4시간씩 매일 수업을 하므로 취미로 배우는 나보다는 훨씬 더 집중적인 교육을 받고 있고 결과도 다르다.

그러나 그러한 효과가 3,4급인 중급에 들어서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공부와 아르바이트 중 아르바이트가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피곤한 상태에서는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수업 시간에 자거나 결석을 하게 되어 학습 단절이 길어지면 학습 효과도 떨어진다. 나 또한 바쁜 일정으로 수업에 많이 참석하지 못하여 동료 학생들과 실력 차이가 나게 되었을 때 실력 차이뿐만 아니라 좌절감도 들어 포기하고 싶어진 적이 있었다.

둘째, 시각적 학습 스타일에 익숙한 나는 듣기가 도무지 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말하기도 되지 않았다.

베트남어는 알파벳을 사용하고 6성조가 있다. 나는 프리토킹 시간에도 선생님의 말을 사전에서 정확히 찾지 않으면 말하지 못하였다. 긴 문장을 이야기할 때도 문법을 따져 문장을 만들고 보고 읽어야 했다. 그에 비해 젊은 학생들은 쉽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이야기하였고 나처럼 발음 하나하나를 어렵게 하지도 않았다. 며칠 전 말하기 시험에서도 12개 문제 중 5개만 겨우 이해하여 대답하였다.

“왜 나는 들리지 않는 걸까?” 물론 나이가 적지 않은 탓에 순발력이 떨어지기도 하겠지만 어휘력의 부족과 듣기의 부족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상담을 하다보면 의사소통 영역 중 듣기가 가장 어렵다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내가 본 시험은 설문을 통해 주제의 범위를 정하기는 하지만 돌발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써서 준비한 것은 겨우 2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어휘 량과 그것을 문장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패턴 문법의 연습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 또한 듣고 말하기는 순발력과 현장감이 필요하므로 많이 듣고 말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셋째, 긴장감으로 인한 실력 발휘의 한계를 체험하면서 자기 성찰을 하게 되었다.

나는 학생들이 말하기 시험을 볼 때마다 다 배운 것인데 그렇게 간단한 것도 자꾸 틀릴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마디도 못하고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한 문장도 말하지 못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직접 말하기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진정시키는 약을 먹고 왔어야하나 할 정도로 처음 보는 말하기 시험은 굉장히 떨렸다. 컴퓨터 음성도 작게 들리고 제한된 시간 안에 듣고 이해하고 내가 말할 것을 생각하여 표현해야 하는 것이 굉장한 부담감을 주었다. 듣기는 지필 시험처럼 다시 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고 모르는 단어가 많이 있으면 질문을 유추할 시간도 없이 질문이 지나가 버린다. 게다가 내가 열심히 써서 준비하여 외운 것들이 나오지 않으면 대답을 할 수 없어서 내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너무 아쉬웠다. 한 번 더 보면 조금은 덜 긴장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내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말하기 시험 때 보였던 상황들이 떠올랐고, 학생들의 듣고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시험도 잘 보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래서 시험이나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의 듣고 말하기를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넷째, 실패와 유급에 대한 좌절감에서 다시 학습 동기를 유발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하기 시험이 끝난 후 나는 많이 낙담하고 좌절되고 우울해졌다. 나와 같이 공부하는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중급 성적을 받아 부담감이 컸었는데 나는 중급은커녕 초급 점수도 안 나올 정도로 시험을 못 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미있었던 베트남어 공부도 시험이 끝나는 순간 공부에 흥미가 사라졌다. 나의 학생들 중에는 한 번 더 배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유급을 하는 학생들도 있으나 대부분은 초급이 지나고 나면 학습에 어려움을 느껴서 포기하거나 공부를 안 해서 유급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 낙오되어 숙달도에 차이가 한 번 나게 되면 그 폭이 점점 커져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아마도 그들도 나와 같이 성적과 유급에 좌절감을 느끼고 학습에 대한 흥미가 사라졌으리라 본다. 나는 스스로 ‘취미니까 다시 시험 보면 되지, 천천히 하면 되지.’라고 위로를 하고 있지만 우울한 마음이 금방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학생들이 공부에 관심이 없고 의지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초급에서 수준이 비슷했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든 학습 난이도 때문이든 낙오되어 반 친구들과 격차가 벌어지면 나처럼 분명히 좌절감을 맛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학생들에게는 어차피 유급될 것이라 생각하여 관심을 많이 가지지 않았고, 또 수업 진도를 나가야하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가질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학생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니 나는 학생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한국어교사였다. 빨리 가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학습을 이어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파 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학생으로서의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또 다시 느꼈다. 계속 배움에 도전해 보는 것은 가르치는 일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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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2019-03-18 17:38:07
언어를 가르치고 또한 배우는 입장에서 정말 공감하는 부분입니다~앞으로도 좋은 기사 많이 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