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넘쳐나는 한국어 연수생, 그 허와 실은 무엇인가?
[기획③]넘쳐나는 한국어 연수생, 그 허와 실은 무엇인가?
  • 채송화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04 17: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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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국내 대학 기관에서의 한국어 교육,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창간기획] 한국어교육,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 국내 대학기관 한국어교육의 현황과 문제점을 중심으로

1편 : 당신은 왜 한국어교원이 되려고 했나요?

2편 : 국내 대학부설 한국어교육기관에서의 한국어교원의 역할

3편 : 국내 대학 부설 한국어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의 현황 : 넘쳐나는 한국어 연수생, 그 허와 실은 무엇인가?

4편 : 한국어교육의 문제점 : 한국어교원, 학생, 교육기관 그리고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5편 : 한국어교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더 나은 한국어교육 현장을 위한 제언

 

이 글은 한국어교육 현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중심으로 더 나은 한국어교육, 한국어 교사의 더 나은 처우 개선을 위해 한국어 교사들과 같이 공감대를 나누기 위한 글입니다. 한국어교원으로서 필자의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글이며, 한국어교육의 전체 사례를 반영한 글은 아님을 밝힙니다. <한국어교육신문>

 

2018년 10월 9일 제572돌 한글날 기념 다채로운 행사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이 사진은 본 칼럼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2018년 10월 9일 제572돌 한글날 기념 다채로운 행사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이 사진은 본 칼럼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최근 한국어를 배우고자 한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이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이들 중에는 중국, 몽골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출신의 외국인이 많다. 이들은 한국 입국 시 한국어 어학연수 비자를 받는데, 이 비자로는 기본적으로 한국에 6개월 체류할 수 있다. 6개월 이후에 추가적으로 체류하기 위해서는 비자 연장을 해야 하며 최대 2년까지 비자를 연장하여 한국에 체류하며 한국어 연수를 받을 수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한국어 연수를 받으며 필요시에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와 체류 비용을 벌기도 한다.

처음 내가 한국어 교사가 되기로 했을 때 내가 생각했던 한국어 학습자는 대략 세 그룹 정도였다.

먼저,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한 이주 여성이었다. 이들 중에는 일본이나 서유럽 등 소위 선진국 출신의 여성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동남아시아 출신의 여성들로 최근 우리나라의 남성들과 국제결혼을 많이 한다고 알고 있던 터였다. 이 같은 국제결혼에는 많은 문제나 어려움이 있겠지만, 어쨌든 이주 여성들이 한국에 정착해서 한 가정을 꾸리고 잘 사는 것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이들의 자녀가 한국 사회에서 잘 크기 위해서는 이주 여성의 한국어 습득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다음으로 외국인 노동자(이주노동자)가 있다. 내가 직접 만나거나 겪어 본 적은 없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하며 살고 있는데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노동자들은 모두 합법적 절차를 거쳐 한국에 온 사람들이었지 불법 체류 노동자들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이 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은 익히 알던 부분이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유럽이나 미국의 학교로 유학을 가듯, 외국인 학생들이 다양한 이유로 한국 유학을 오는 것은 우리나라에 매우 유익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특히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다는 소식은 내심 흐뭇한 일이었다.

이 중에서 나는 가능하다면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젊은 학생들과 호흡하고 이야기하며 같이 배우며 활기찬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외국인 유학생이 있는 대학 부설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기를 희망했고, 좋은 기회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현실의 한국어 교실에서 만난 외국인 유학생은 내가 생각했던 유학생과는 사뭇 다른 유형의 학생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때로는 좌절감을, 때로는 자괴감을 느끼며 한국어 수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했다.

사실, 처음 내가 대학 부설 한국어 교실에서 만난 외국인 학생들은 참 예쁜 학생들이었다. 중국, 베트남, 그리고 러시아 출신의 학생이 있었는데 한국어를 배운 후에 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아는 애들을 보며 내가 초보 교사인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이 느껴졌다. 일부 학생은 한국어와 더불어 미용 학원 등 한국에서 발달한 분야의 기술을 익혀서 본국에 돌아가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기도 했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 관련된 학원을 같이 알아봐 주기도 했다. 그리고 몇 개월 후에는 그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거나 원하는 학원에서 열심히 배워서 나름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또한 교환학생으로 오는 학생들도 종종 있었다. 교환학생들은 본국 대학에서 한국어 전공을 한 학생들이 많아서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실력이 놀라울 정도였다. 내가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지만, 사실은 그들에게 내가 더 많은 것을 얻고 배우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한국어 교실에서 만난 학생들이 모두 처음 만났던 학생들 같지는 않았다. 특히 일부 동남아시아에서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경우에는 거의 예외 없이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 되곤 했다. 보통 15명 내외로 한국어 교실의 반이 운영이 되는데 학기 말이 되면 7~8명만 남는 경우도 많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한국어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 한 주에 20시간씩 진행되는 한국어 수업을 들으며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와 생활비를 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학교에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교실에 와서는 교사를 아랑곳하지 않고 엎드려 자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교사 입장에서 이런 학생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 것은 정말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한국의 공교육 내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실에서 수업 듣기를 포기하고 엎드려 자는 학생이 많아 교사들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공교육에 있는 교사들 마음이 이러할까? 하지만, 대학 부설 한국어교육기관은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공교육도 아니지 않은가? 한국어 연수를 받기 위해 멀리 외국에서 온 학생들인데, 한국어보다 아르바이트가 우선인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경제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학생들을 볼 때마다 속상하기도 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절망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 학생들은 대학 부설 한국어 교실에 와 있는 것일까?

사실 어느 나라든 ‘유학원’이라는 곳이 있다. 해외로 유학을 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기에, 이를 도와주는 곳이 유학원이다. 그런데 최근 그런 기관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는 한국어 연수생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은 정말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맞는 건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외국 현지 유학원을 거쳐 국내 대학 기관의 한국어 교실까지 한국어 연수생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오는지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그들 중 일부는 결코 한국어 연수생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듯하다.

한국어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필자가 가장 크게 비중을 두었던 것은 ‘보람’과 ‘재미’였다. 한국어 교실 현장에서 이주 여성을 만난다면 그들의 삶에 있어 내가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외국인 노동자를 가르친다면 그들이 한국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옆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많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학생을 가르친다면 젊음과 열정이 있는 그들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함께 하며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의 한국어 교실에서 만난 유학생들 중 일부는 정체와 목적을 알기 어려웠고, 그리고 한국어 연수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노동자로 보였다. 이런 학생들 앞에서 한국어 수업을 하자면 보람과 재미는커녕 자괴감과 혼란함이 머리를 가득 메우곤 한다. 수업시간이 시작되어도 학교에 아예 오지 않는 학생들을 기다리며, 혹은 수업시간에 교사는 아랑곳없이 엎어져 자는 학생을 볼 때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건가 하는 의문이 계속 머리를 맴돈다.

나는 왜 한국어 교사가 된 것일까? 생각지 못했던 한국어 교실의 상황, 그리고 자괴감 속에서 새삼 다시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과 다른 현실 앞에서, 나에게 던져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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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 2019-03-06 11:02:06
읽는내내 제 마음을 그대로 쓰신듯 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Jin 2019-03-05 16:51:00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