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국어수업 유급반 학생을 맡았더니 벌어진 놀라운 일
[기획]한국어수업 유급반 학생을 맡았더니 벌어진 놀라운 일
  • 한국어교육신문 변민정 편집위원
  • 승인 2019.01.08 00: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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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민정의 한국어교사 이야기②]
"여러 번의 낙방으로 좌절과 포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로망이었던 대학의 기관에 합격하게 되었다. 나는 믿기지를 않아 면접관에게 “저 그럼 합격인가요?”를 재차 물었다."
"여러 번의 낙방으로 좌절과 포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로망이었던 대학의 기관에 합격하게 되었다. 나는 믿기지를 않아 면접관에게 “저 그럼 합격인가요?”를 재차 물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놀라운 에너지로 돌아온다!

처음 한국어 교사를 시작한 다문화센터에서 8년간을 줄곧 가르쳤기에 나의 학생은 모두 결혼이민자나 중도입국자녀였다. 대학원 졸업을 몇 달 앞두고 나는 새로운 대상자를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생겨 대학의 한국어교육 기관에 지원하였다. 여러 번의 낙방으로 좌절과 포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로망이었던 대학의 기관에 합격하게 되었다. 나는 믿기지를 않아 면접관에게 “저 그럼 합격인가요?”를 재차 물었다.

그렇게 시작된 대학 기관의 수업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오랫동안 일해서 사람들도 익숙하고 학생들 모두가 열심히 하고 선생님을 존경하는 다문화센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대학 기관의 수업 운영의 낯설음은 당연지사였지만 첫 반부터 유급반 학생들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 현장 수업에 대한 동영상을 봤을 때는 다국적 학생들의 활발하고 재미있는 수업 모습들이었는데, 내가 맡은 반은 반 전체가 베트남 학생들이었고 모두 수업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판서를 하며 “모두 따라하세요.”라고 하였다. 그런데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아 학생들을 보니 대부분이 엎드려 자거나 몇 명의 학생들은 휴대폰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아 학생들을 보니 대부분이 엎드려 자거나 몇 명의 학생들은 휴대폰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아 학생들을 보니 대부분이 엎드려 자거나 몇 명의 학생들은 휴대폰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가르침을 누군가에게 주고 그로 인해 배움을 받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수업 시간이 항상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런데 대학 기관의 수업은 ‘내가 왜 여기에 서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과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꿈꾸던 수업의 모습이 아니었다. 비가 오면 출석률이 반도 안 되어 학생에게 물어 보면 “선생님, 오늘 비가 와요. 자요. 좋아요.”라고 하였다. 유급반을 맡은 처음 한두 달은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 나를 아직까지 있게 한 것은 물론 새로운 환경에 조금씩 적응되어 간 이유도 있지만 토아와 롱이라는 학생 때문이다.

토아는 내 수업 시간에 유일하게 예쁘장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열심히 대답을 해준 학생이었다. 알고 보니 아침 7~8시까지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고 수업에 바로 오는 학생이었다. 밤새 일하고 피곤할 텐데 졸음을 꾹 참고 내 눈을 보고 수업을 들어 주는 토아가 너무 고마웠다.

수업이 끝나면 밥도 안 먹고 바로 몇 시간 잔 후에 밤에 식당에 가서 겨우 한 끼를 먹는다는 토아가 나는 안쓰럽고 고마웠다. 하루는 수업이 끝난 후에 간식으로 가지고 다니던 초콜릿과 과자를 주면서 수업 시간에 대답을 잘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 뒤로 학기가 끝날 때까지 토아는 한 번도 수업 시간에 자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토아는 다른 선생님 시간에 잠을 자고 성적이 안 되어 또 다시 유급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수업 시간이라고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온 토아의 롤링 페이퍼에 ‘어떤 일이 있어도 실망하지 말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라고 써 주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그 말 밖에 없어서 안타까웠지만 마지막 특별 활동 시간에 토아 씨는 너무 즐겁고 신나게 다른 학생들과 어울렸다. 매일 밤샘으로 피부 트러블이 심해도 항상 웃던 토아의 얼굴은 누구보다 밝고 예뻐 보였다. 얼굴만큼이나 밝은 성격을 가진 토아가 이번에는 꼭 승급하기를 바란다.

 

"마지막 수업 시간이라고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온 토아의 롤링 페이퍼에 ‘어떤 일이 있어도 실망하지 말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라고 써 주었다."
"마지막 수업 시간이라고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온 토아의 롤링 페이퍼에 ‘어떤 일이 있어도 실망하지 말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라고 써 주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정말로 나에게 일어날 줄 몰랐다. 유급반 학생들 중에 가장 유명한 문제아 중의 하나였던 롱은 항상 늦게 오고 책도 안 가져오기가 일쑤이고 맨 뒤에 앉아서 같은 문제아 학생인 짝꿍과 휴대폰 게임만 하던 학생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수업을 해야 하기에 자는 학생들을 깨워서 한 문장이라도 읽게 만들고, 게임을 하는 롱은 책도 없어서 내 책을 보여주며 읽게 하였다. 한 번은 문장 만들기를 시키고 돌아다니며 피드백을 해 주는데 롱이 쓴 문장이 너무 잘 쓴 문장이어서 본인이 쓴 거 맞느냐고 질문을 하였다. 롱은 자신이 쓴 게 맞는다고 하였다.

나는 생각 외로 글쓰기를 잘하는 롱을 어떻게 하든 공부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쓰기를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요. 듣고 말하기만 더 열심히 하면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사장님도 좋아할 거예요.’라고 하였다. 그 뒤로 롱이 쓰기를 할 때마다 칭찬을 해 주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교실 시계가 고장 났는데 잘 안되어서 롱에게 배터리를 좀 갈아 끼워 주고 시계를 제자리에 달아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나는 롱이 우리 교실에서 필요한 존재이고 충분한 가능성이 있음을 계속 각인시켜 주려고 노력하였다. 학기가 끝나기 전 시험을 위한 복습 시간에 롱은 4교시 내내 처음으로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 롱이 내게 말했다. “선생님, 보고 싶을 거예요.”

 

"나는 생각 외로 글쓰기를 잘하는 롱을 어떻게 하든 공부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쓰기를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요. 듣고 말하기만 더 열심히 하면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사장님도 좋아할 거예요.’라고 하였다. 그 뒤로 롱이 쓰기를 할 때마다 칭찬을 해 주었다."
"나는 생각 외로 글쓰기를 잘하는 롱을 어떻게 하든 공부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쓰기를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어요. 듣고 말하기만 더 열심히 하면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사장님도 좋아할 거예요.’라고 하였다. 그 뒤로 롱이 쓰기를 할 때마다 칭찬을 해 주었다."

정확한 문법을 사용하여 말하는 롱에게 더 이상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동안 롱이 공부에 집중을 안 하였던 이유도 나는 마지막 시간에야 알게 되었다. 눈이 너무 나빠 맨 앞에 앉아도 칠판이 안 보이는데 안경이 고장 나서 수업에 집중을 못 하였다고 했다. 나는 안경을 고치면 되는데 왜 안 고쳤느냐고 물어 보았다. 롱은 돈이 없어서 안경을 고칠 수 없다고 하였다. 정말 마음이 아팠다. 이런 사실을 조금 일찍 알았다면 그래도 내가 그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롱은 나와 약속을 했다. 방학동안 아르바이트 비를 받으면 안경부터 고치기로.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유급반이 없어지고 유급 학생들도 모두 섞어서 분위기가 훨씬 좋아진 반에 롱이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앉아 있었다. 지난 학기에 못해준 것이 내내 마음이 아팠는데 이제 더 열심히 가르쳐 줄 수 있게 됨에 기뻤고, 약속을 지키고 안경을 쓰고 앉아 있는 모습이 내게는 믿을 수 없이 기뻤다. 롱은 달라져 있었다. 조금 까불고 아직 휴대폰 게임을 하기는 하였지만 나를 바라보고 수업에 참여를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학교의 사정으로 두세 번의 수업 후 나는 다른 급수의 반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인사도 못하고 반 학생들과 헤어진 것에 마음이 좋지는 않았지만 나는 또 새로운 반 학생들을 파악하고 수업을 해나가기에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 시작 시간인 9시 30분 전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오지 않는 복도 저쪽에서 한 학생이 다가왔다. 롱이었다. 그는 수업 시작도 전에 와서 나를 보고는 반갑게 뛰어와서 “선생님, 왜 우리 반에 안 와요? 보고 싶어요.”라고 하였다. 나는 “선생님도 보고 싶고 가르치고 싶은데 제가 정할 수가 없어요.”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유급반이 없어지고 유급 학생들도 모두 섞어서 분위기가 훨씬 좋아진 반에 롱이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앉아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유급반이 없어지고 유급 학생들도 모두 섞어서 분위기가 훨씬 좋아진 반에 롱이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뒤에 롱의 말은 내 귀를 의심하게 하였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자 롱은 재차 이야기하였다. “선생님, 게임 끊었어요.”라고. 사실 나는 학기 중간에 들어갔고 비담임이라 롱과 수업을 그렇게 많이 한 편이 아니다. 몇 번 안 되는 그것도 후반부에 했던 말들이 롱에게 이런 변화를 가져왔다는 게 정말로 놀라웠다. 나는 롱에게 몇 마디의 칭찬밖에 해 준 게 없지만 롱은 나에게 가르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었다.

지금도 나는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어떻게 학생들이 수업에 재미를 느끼게 할까?’, ‘어떻게 학생들이 자지 않고 수업에 집중하게 할까?’ 고민을 한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학생이 있어도 처음처럼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것은 토아와 롱이 나에게 준 선물 같은 에너지 때문이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학생이 있어도 처음처럼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것은 토아와 롱이 나에게 준 선물 같은 에너지 때문이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학생이 있어도 처음처럼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는 것은 토아와 롱이 나에게 준 선물 같은 에너지 때문이다."

* 칼럼에 쓰인 학생 이름은 가명입니다. 이 칼럼은 한국어교육신문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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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새내기 2019-01-08 23:07:50
한국어교사의 어깨가 정말 무겁네요. 학생들에게 더욱 따뜻하게 다가서야 할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